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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 비긴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드로 그 존재를 알려놓은 조커가 드디어 진가를 보여주는 '다크 나이트'. 전작이 캐릭 생성(?)해서 초반 레벨업, 퀘스트 수행하고 대장기술의 대가 만나서 무구 제작하고 템 셋팅 해서 여러 보스 몹들 킬(…)하는 등 '배트맨' 개인의 정체성 확립과 기틀 마련을 주로 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작은 아예 제목에서도 배트맨이 없을 정도로 배트맨 뿐만이 아닌 조커, 하비 덴트 이 셋의 역할이 마치 시계 안의 톱니바퀴 마냥 서로 맞물려 극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는 156분이라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내용들이 상당히 긴박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자와 혼돈을 추구하는 자 그리고 질서를 위해 혼돈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자 라는 세 명의 캐릭터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영화는 세 명의 이야기를 최대한 알차게 풀어놓고 조율하면서 결론적으로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극명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질서와 혼돈의 양 면을 관객에게 화려한 화면 속에서 담담하게 그려낸다. 조커는 시종일관 혼돈을 조장하고 이끌며 이를 위해 대칭에 있는 자들을 파괴하려는 캐릭터로 나온다. 덕분에 영화는 히스 레저의 광기어린 연기를 통한 조커가 거의 매 사건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수많은 살인, 폭파, 강도를 저지르면서도 어떤 물질적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세계가 그냥 자기 자신이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곳이길 원해 행하는 개인의 정신적 만족을 위한 범죄들이라는 점에서 배트맨이나 하비 덴트 같은 질서 추구 캐릭터들에게는 극점의 충격을 주는 캐릭터로 다가오게 된다. 그런데도 조커는 인간 사회라는 구성을 벗어나서까지 혼돈을 추구하는 자는 아니라는 점이 - 그는 '고담 시의 구성원'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끔 만들고 싶어하지 그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 그를 단순한 극한의 사이코로만 취급하기 어려운, 평면적이지 않은 인간 범죄자로 만들어준다. 이 부분이 그의 미친 언행, 표정과 더불어 단상 만을 쫓는 듯이 보이나 실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극악 범죄를 저지르는 이 조커라는 악당의 매력을 한껏 올려주는 요소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이에 반하는 인물군 중 하나인 하비 덴트는 질서를 추구하는 캐릭터이면서 상당히 재밌는 면들을 보여 주는데… 이 이상은 써두면 내용을 다 말하는 것이 되니 생략. (사실 쓰기 귀찮아서 라고 말 못해!) 결국 이런 대칭되는 군상을 통해 영화는 배트맨이 진정으로 행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전작보다 더 강렬하게 보여준다. 선의를 기반으로 하는 질서를 추구하나 이를 위한 순백의 길은 존재치 않는다는 것을 영화는 배트맨이 가지는 고뇌, 갈등, 분노, 결심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다. 여명이 다가오기 직전의 어둠이 제일 어두운 것처럼 그는 그의 신념을 위해 사회적 혼돈의 요소, 즉 폭력, 거짓, 범법행위 등을 사용하고 이용한다. 그리고 스스로 그런 악역으로 분함으로써 적어도 그 스스로는 그 모든 것이 결코 깨끗한 행위가 아니며 자신도 위대한 힘을 지닌 완전한 자가 아닌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질서를 위해 혼돈을 이용하는 자는 그렇게 인간 사회 속의 어둠의 기사가 되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룩해보고자 한다. 그는 영웅인가, 아닌가. 그 대답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 …랄까, 영화 내내 떡밥을 있는대로 뿌리면서도 그걸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풀어나가는 점도 무척 즐겁고 중간중간 유머와 위트를 넣어주는 센스도 마음에 듭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주제에 이렇게 음울하고 담담하게 풀어나가도 되나 싶은 내용도 많고, 하여튼 간만에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영화도 은근히 좋은 놈(B) 나쁜 놈(J) 이상한 놈(H) 스타일일지도? 어, 이것도 누설일까. (…) 어쨌든 한번 보셔도 좋을 괜찮은 영화입니다. (사족) 영화 이후 일행은 식당 등 모든 행동을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다는 훈훈한 후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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