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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이상 밀린 책들을 예정 그대로 다 산 것도 아닌데도, 웬만한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이 식사해도 될 가격이 나오더라. (…)
뭐, 나우도 샀고 흑신도 샀고 도로시도 샀고 불멸의 레지스도 샀고 수요전도 샀고 위벨블라트고 샀고 스쿨럼블도 샀고 현시연도 샀고 강철연도 샀고 케로로도 샀고 디그레이맨도 샀다. 샀는데…. …이 둘 앞에는 진짜 대책이 안 선다. CIEL - The Last Autumn Story : story.5 (年刊) Hellsing 8호 후… 진짜 얘네는 볼 때마다 심장에 무리가 간다. 뭐라 더 말하리.
저번에 나온 Ciel 3권을 드디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 진짜 말그대로 사람을 압도하더군요. 2권부터도 조금씩 이런 부분이 보이긴 했지만, 진짜 이번 3권은 말그대로 상황과 대사의 분위기 그 자체로 이미 넉다운. 개그도 자주 쓰지만,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있어 어떤 식의 구성이 보는 이에게 그 상황의 무게를 확실하게 느끼게끔 하는가를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원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 긋는 장면 부터 시작해서 이어지는 사건들은 사건 속의 독백들과 네 주인공의 아픔 표출을 절정으로 무서울 정도로 강하게 와닿습니다. 옛날 수요전에 대한 감상을 말할 때 개그가 본편의 진지함을 잡아먹으면 읽기가 힘들다고 했었는데, Ciel은 이 점에 있어서는 시시때때로 개그가 있어도 감히 본편의 진지한 무게에 손조차 얹지 못하는 느낌. 개그에 한껏 웃으면서도 다음에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면 심각하게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드는 권이었습니다. 127페이지 부터 시작해서 154 · 155 페이지는 정말이지…. 와아, 정말로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대체 어디까지 읽는 사람을 압박하며 나아갈 것인지, 이 후 권들도 즐거운 기대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뭐 Ciel의 이야기 진행에 빠져 개그에 관해서 저렇게 말하긴 했습니다만 3권에서 그랬다는 거지, 사실 제가 임주연 씨의 작품을 '악마의 신부' 때 부터 감히 개그의 최고봉 중 하나(…)라고 까지 하면서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분의 개그 때문이고, 근본적으로 개그가 무척이나 웃기면서도 '한국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적이라는 것. 많은 분들이 흔히 만화나 소설 등을 보면서 심심찮게 '한국적인 면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시곤 합니다만, 과연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한복 등의 한국 의식주가 나오면 한국적인 것일까요. 한국 이름을 쓰면 한국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완전히 조선 시대 그 이전의 역사를 그려야만 한국적인 것일까요. 일본이나 미국 등의 문화를 많이 접하는 우리에게 있어 한국적인 멋을 추구하고 싶고 그것이 녹아든 작품을 보고 싶다는 갈망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 뿐만 아니라 무국적성을 테마로 하여 작품 제작과 함께 타국 문화 시장으로 부터의 이윤 창출도 겸사겸사 하는 것이 점차 전세계적인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런 자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무국적성의 외면 속에 내포된 하나의 중요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마저 부여하곤 합니다. 이런 면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고, 그런 그들의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그네들의 문화는 그것을 보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우리의 '생활'에 대한 아스라한 소망을 가지게끔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장르를 막론하고 활용되는 그들의 '삶'은 - 예로 일본식 다도나 집안 생활, 축제 등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이제 무국적성의 장막 속에서도 너무나 일본적으로 튀면서도 잘 녹아드는 단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그들이 일궈온 그들 문화의 힘인 것이 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전까지 우리는 한국적인 것이라고 하면 대다수가 정말 말그대로 한국의 문화 '그대로'이거나 작위적인 느낌이 물씬나서 혼자 튀는 한국 문화를 집어넣고서는 이 정도면 한국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하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세계의 문화가 교류하고 전달되는 오늘 날에 있어서는 신기함에서 비롯된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진 몰라도 그들에게 작품 전체적인 만족을 주기에는 결코 쉬운 부분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갑자기 던져주면서 즐기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화의 세계에 몸을 던져달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때문에 이런 옛 모습을 벗어나 타국의 문화권에서도 이해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은근히 한국의 삶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오늘날의 변화는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즐거울 따름이죠. 그리고 그런 모습 중에 하나를 전 임주연 씨 작품, 특히 그 개그에서 확연하게 즐기곤 합니다. 이번 Ciel 3권에서도 어머님의 "…니가 고생을 덜했구나." - 이번 권에서 최고로 웃은 개그 중 하나 - 같은 개그들을 저는 지극히 한국적인, 한국인들의 생활이 베여 있는 부분의 단적인 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우리가 작품을 보면서 진실로 가슴에 와닿게 웃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의식주 같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 소박하다고요? 하지만 사실 진짜 한국적인 우리의 삶 중 하나는 그런 소박한 일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일본의 많은 만화가, 소설가, 애니메이터 등이 자신들의 작품 속에서 일본적인 맛을 그려낼 수 있었던 이면에는 그들이 우리는 별 생각없이 지나치고 당연한 듯이 여기는 작은 일상의 면면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보여주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주연 씨 작품들의 수많은 개그 대사들과 일상에서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 등에서, 저는 우리들이 살면서 겪는 너무나 작지만 생각해보면 웃기고 재밌는 삶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웃고 즐기면서 그걸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정말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라는 지극히 대답하기 난해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의문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복이나 이전 우리 역사의 느낌이 나는 의식주나 생활상 등의 시청각적 요소들도 당연히 튀지 않으면서 적절히 은근하게 녹아들면 무척이나 멋진 '한국적인 면'임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런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굳이 말을 안 해도 그 멋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옛날에 슬쩍 들춰봤던 어느 환상 소설에서 심지어 '공중 목욕탕에서 때밀이'(…)라는 요소를 넣은 것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녹아들진 않았지만 그 시도에 웃으면서 즐거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시도 하나하나가 점차 우리 문화와 타국 문화의 혼합과 재창조를 통해 독특한 한국의 멋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할 수 있는 부분들인 것이 아닐까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은근한 우리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더더욱 늘어나 많은 타문화권의 분들 역시 즐겁게 읽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항상 보고 싶기에 저 역시 이런 투정을 부리며 졸필을 써본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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